잠과 벼락치기 – 과학적으로 생각하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되면 당연 벼락치기가 시작됩니다.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 올수록 당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줄여 한 줄이라도 더 외우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수면을 조금만 연구해 보면 우리가 어떤 과목을 언제 해야 하고, 또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정말 효과적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
먼저 수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봅니다.
우리가 피곤하고 졸려서 하품을 하는 이유는 우리 몸에 아데노신이라는 호르몬이 많아져서 그러는 것인데, 이는 빨리 침대에 가라는 신호인 것입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더 못 버티고 침대에 눕게 되면 바로 코를 골며 깊은 잠으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렘수면이라는 단계를 거쳐 깊은 잠으로 빠지는 비렘수면 단계로 이어지는데, 대략 90분 정도 소요됩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이 평균 8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하면, 대략 5번 정도 렘수면-비렘수면 주기가 바뀌면서 잠을 자는 것입니다.
잠과 벼락치기를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무엇인지 잠깐 알아봅니다.
1. 렘수면 REM, Rapid Eye Movement
렘수면은 신생아의 경우 전체 수면시간의 약 50%를 차지했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들어 성인의 경우 20-25%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 렘수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하루 종일 습득한 모든 정보를 분류하여 낮에 저장된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처리하는 일입니다. 결국 렘수면이 기억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전반적인 두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꿈도 이 과정에서 주로 꾸게 됩니다. 렘수면이 부족하면 감정조절이 안돼 짜증지수가 올라가거나 기억력, 사고력,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2. 비렘수면 NREM, Non Rapid Eye Movement
비렘스면 단계는 우리의 신체가 재생되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바쁜 호르몬은 성장호르몬으로, 낮에 쌓였던 신체의 피로와 노폐물을 처리하고 새로운 영양분을 신체에 공급하여 활력 있는 하루를 시작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비렘수면기에는 뇌와 신체 모두가 작동을 대부분 멈추고 쉬는 상태로 바뀝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의 뇌가 깨끗이 청소될 뿐 아니라 세포 재생과 회복, 성장, 체지방 분해도 성장호르몬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대는 오후 10시 – 새벽 2시입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또 잠만 잘 자도 살이 빠진다는 근거도 바로 이 성장호르몬에 있습니다.
그럼, 벼락치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진도를 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깨어 있는 동안 암기를 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기적으로 암기된 내용들은 장기 기억장치로 저장돼야 우리가 나중에 다시 불러서, 즉 기억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2차 장기 기억 작업은 렘수면에서만 이루어집니다.
결국 잠을 자야 외운 것이 정말 내 머릿속에 저장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렘수면이 부족하면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시험 시간에 집중력을 잃고 졸거나 멍한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암기 과목이나 단어 등을 잠자기 바로 전에 외우고 자면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외우고 잠자리에 들면, 우리의 수면상태는 바로 렘수면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즉, 바로 전에 외운 것들을 바로 처리하려고 하겠지요.
기억력과 사고력,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렘수면 시간의 질과 양이 중요한데, 양질의 렘수면을 많이 갖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잠자는 습관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1. 충분한 수면 시간 유지하기
렘수면 시간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밖에 방법은 없습니다. 8-10시간 수면을 취한다고 가정하면 청소년기는 약 25-30%가 렘수면 시간인데, 가능하면 많은 양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렘수면 시간을 늘려 뇌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2. 음주와 카페인 섭취 자제하기
카페인은 주로 커피나 초콜릿, 탄산음료나 차, 다이어트 약, 진통제 등에 들어 있는데, 저녁 7시 이후에 섭취한 카페인은 50% 이상이 밤 11시가 되어도 몸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카페인이 아데노신 호르몬의 적으로 뇌를 각성시켜 렘수면을 방해합니다.
음주를 하게 되면 체내에 쌓이는 알코올 때문에 몸에 열이 나면서 미세한 땀을 배출하게 됩니다. 결국 몸에서는 갈증에 대한 신호를 보내 물을 마시게 되고, 잠잘 때 화장실에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깊은 비렘수면 상태로 내려가지 못하고 선잠을 자는 것처럼 비렘수면 1단계에 머물게 됩니다.
3. 잠자는 환경 만들기
- 편안하고 안락한 침실 분위기 만들기
- 잠자는 실내 온도 조절하기: 수면에 제일 좋은 방의 온도는 18℃라고 전문가들은 권하는데, 약간 춥게 느껴진다면 따뜻한 느낌을 주고 체온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이불을 찾는 것도 숙면에 도움을 줍니다.
- 침실에 불필요한 불빛 가려 어둡게 만들기
- 핸드폰은 야간모드로 바꾸기
- 조용한 침실 분위기 만들기
- 낮에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이나 운동하기
우리가 아무리 조절을 하려고 노력하고 약을 먹어 대체하려고 해도 아직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잠입니다. 그리고 수면 중에 우리 머리와 몸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일들입니다. 결국 더욱 좋은 기억력과 집중력, 사고력을 위해서는 숙면을 취하고 충분한 잠을 자야만 우리 신체는 더 좋은 컨디션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잠과 그 기능들을 생각하며 여러분에게 가장 잘 맞는 학습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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