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르는 미국이라는 이름은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이 ‘American’을 ‘메리칸’으로 듣고 '메이리지안(美利堅)'이라고 부르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조선에서 한국어식 한자음으로 읽어 '미국(美國)'으로 읽고 표기했습니다.
그럼 ‘America’는 언제부터 ‘America’라고 불렀을까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라고 불렀을까요? 아닙니다.
서인도제도에 처음 도착한 콜럼버스는 이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향신료와 보물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America의 시작
‘America’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탐험가이자 지도학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 Amerigo Vespucci (1451–1512)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아메리고 베스푸치 (145 1 – 1512)
베스푸치는 플로렌스 출신으로 1499-1502년동안 4번의 중남미 여행을 하며, 아마존 해협을 처음 발견하였고, 유럽 사람으로는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하여 콜럼버스가 발견한 땅이 인도가 아니고 이미 전에부터 있었던 대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콜롬부스의 신대륙 발견을 비난하며 자신의 이름을 붙여 ‘America’라 부른 것도 아닙니다.
콜럼부스가 발견한 이 신대륙을 ‘America’라고 부른 것은 1507년 4월 25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아주 어처구니없는 착오로 인해서.
대항해 시대인 당시, 가장 기본이 되었던 지도는 2세기 때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리스어로 저술한 그의 저서 <지리학>에 그린 세계지도였습니다. 이 세계지도는 지구가 공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는 구체설(球體說)을 부정하는 중세의 그리스도적 세계관에 묻혔다가, 인본주의의 영향으로 1406년 교황청 비서관이던 야고보 안젤루스(J. Angelus)에 의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바로 대 항해 시대였습니다.
콜럼버스가 카스틸렌 왕의 명령으로 인도를 찾아갈 때도 바로 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가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콜롬부스가 사용했던 프톨레마이오스 지도 1482
1507년, 독일에서는 목판 지도제작자 마틴 발트제뮐러 Martin Waldseemüller가 지도 해설을 담당하는 그의 동료인 시인 마티아스 링만 Matthias Ringmann과 함께 프톨레미우스 세계지도 편찬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때 마티아스 링만이 중남미를 4번 여행하고 아마존 해협을 발견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여행보고서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가 오버랩되면서 링만은 발트제뮐러의 목판 지도 설명서에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을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발견했다고 착각하며 1507년 4월 25일 ‘세계지도 설명서’ Cosmographiae Introductio 에서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왜 이 새로운 대륙을 발견자인 아메리고의 이름을 따 ‘아메리게 Amerige’ (아메리쿠스의 땅), 또는 ‘아메리카 America’라고 부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발트제뮐러가 1507년 12개의 목판으로 제작한 세계지도입니다.
1507년 발트제뮐러 목판 세계지도
목판 하나의 길이는 가로x세로 46cm x 62cm로 전체가 128x233 cm의 엄청 큰 세계지도입니다.
지도는 지구본 유형의 타원이고 유럽이 중앙에 놓여 있으며 자오선이 구부러지는 원뿔 투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콜롬부스가 발견한 신대륙입니다.
링만은 이곳 콜롬부스가 발견한 신대륙을 이렇게 표기하였습니다.
아메리카 16세기 지도 - 아메리카 표기
이렇게 잘못 표기된 지도는 ‘아메리카’라는 이름과 함께 불법복제사를 통해 삽시간에 전 유럽으로 퍼져갔습니다. 뒤늦게 오류를 발견한 발드제뮐러는 1513년부터 제작되는 지도에서 ‘아메리카’라는 이름 대신 ‘크리스토프 콜롬부스가 카스틸렌 왕의 명령으로 발견한 대륙’, ‘브라질리엔’, 또는 ‘앵무새의 땅’으로 표기했지만 이미 이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신대륙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수식어가 되어버린 후였습니다.
1595년에 제작된 ‘테라 인코그니타’라는 세계지도입니다.
이 ‘테라 인코그니타’는 당시 유럽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만 강조해서 제작한 지도입니다.
바로 이 흰색 부분들이 미지의 세계입니다.
테라 인코그니타 1595
이 지도가 가진 가장 큰 의미는 남반구에 표기된 오스트레일리아 Terra Australis 입니다.
16세기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은 선원들의 입으로만 전해졌던 미지의 대륙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Terra Austrailis 즉, ‘남쪽 대륙’이라고만 불렀고, 지도 밑부분 남쪽 전체에 미지의 남쪽 대륙을 표기하였습니다. ‘남쪽 대륙’이라는 단어인 ‘Terra Austrailis’가 그대로 이름이 되어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도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메리카’입니다.
이렇게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은 ‘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확정되어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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