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칼럼

정의가 없는 정의구현 드라마 모범택시, 기획의도 분석 및 관전 포인트

역사와 건강 2021. 4. 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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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택시

 

드라마 모범택시 포스터

 

2021년 4월 9일부터 웹툰 원작 드라마 모범택시가 방송을 시작하였다.

웹툰 원작 드라마.

그동안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원작과의 싱크로율, 또는 원작의 스토리와의 비교평가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가 비교 자체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비교를 통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그 순간 이미 전혀 다른 새로운 창작물로 받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창작물은 다른 장착물과 비교는 할 수 있지만 평가는 그 작품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드라마 ‚모범택시‘ 칼럼에서도 원작과의 비교나 그 비교를 통한 평가는 되도록 자제할 것이다. 오히려 드라마 ‚모범택시‘라는 테두리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과 내용, 등장인물의 심리와 앞으로의 전개 등에 무게를 둘 것이다.

 

드라마 모범택시“ 기획의도

 

드라마 모범택시 공식 포스터

 

SBS 공식 홈페이지에서 밝힌 기획의도대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한 세상을 사는 시청자들이기에 더욱 공감을 하고 시청했을 것이다. 일부 시청자가 제기한 가학성 - 인간성에 대한 모욕과 혐오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드라마의 화재성만 높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그렇기 때문에 더 기사화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실은 그보다 더욱더 잔인하고 모욕적이고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기획의도를 조금 더 읽어보았다.

기획자는 „‚정의 正義Justice‘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질문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으로 정의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옳고 바른 길“이라고 설명한다. 이 기준에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범죄들 – 성추행 후 몇 달 뒤 다시 복직하는 교수들,  술 마신 것을 심신 미약으로 인정하여 죄를 탕감받는 성폭행 범죄자들, 또는 수백억 수천억 회사 돈을 내 돈 주무르듯 하며 횡령하고도 벌금과 집행유예로 평생 부유하게 사는 회장님들 - 은 비 정상적인 것이고 ‚부정의‘이고 악인 것이다. 이러한 정의와 부정의 간의 투쟁 속에서 모범택시 기사 이제훈(김도기 역), 김의성(장성철 역), 표예진(안 고은 역), 장혁진(장 주임 역), 배유람(박주임 역) 등은 부정의 - 악의 피해자이면서 심판자로 거듭나 정의를 집행한다.

 

정의는 완전 무결할 때에만 옳다

 

최초판 《레 미제라블》(1862)에서 에밀 바야드가 그린 "코제트"의 초상화

 

인상적인 것은 기획의도 서두를 빅토르 위고 Victor Hugo의 레미제라블 Les에 나오는 „정의는 완전 무결할 때에만 옳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빈센조‘에서 이미 한 번 언급된 말이기 때문에 더더욱 시청자들의 귀에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정의를 쫓는다.

  • 굶주림에 지친 사랑하는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장 발장.
  • 사회를 어지럽히고 정의를 해치는 사람을 증오하며 끝까지 탈주한 장발장을 잡으려는 자베르 경감.
  • „자유“라는 이념을 쫓아 출신을 버리고 시민들과 함께한 마리우스 퐁 메르시
  • 그리고 그를 사랑해 끝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에포닌 테나르디에

모두 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쫓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들, 아니 인간이 생각하는 그 정의에 대해서 ‚불완전하다‘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추구하는 정의는 모두 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모범택시 포스터

 

모범택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도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 악을 벌함으로 자신들의 분노를 해소하고 악인을 교화함으로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모범택시 기사와 그의 동업자들.
  • 번번이 실패하고 무능력만 드러내는 법이지만 그래도 그 법을 통해서 악을 벌하려고 하는 검사.
  • 타인을 돈과 권력, 힘으로 억압하고 착취함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무리들.

이 무분별한 혼란 속에서 드라마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며 뒤섞여 있는 정의를 구분하고 선을 긋는다. 마치 마이클 샌덜 Michael Sandel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한 최선으로의 „공동체적 정의“를 의미하듯 제작자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옳고 바른 길“이라고 규정짓는다.

이 정의를 바탕으로 연쇄살인범이나 장애인들을 착취하고 성노예로 만드는 악인들은 ‚악‘ 그 자체로만 단순하게 묘사되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아무 갈등 없이 그들이 응징될 때 대리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아마 이러한 진행은 앞으로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의를 정의하는, 악을 심판하는 사람들이 여러 부류라는 것이다. 크게는 법을 통한 심판을 추구하는 검사와 함무라비 법전에 등장하는 탈리오 법칙 lex talionis대로 받은 만큼 동일하게 되돌려 주려는 심판자들. 그리고 그 심판자들을 돕는 또 다른 악인들.

아직 드라마의 시작 부분이라 악을 심판하는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과거나 심리적인 갈등, 또는 그들 내부에서의 갈등은 그려지지 않고 있다. 에피소드가 더할수록 이들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서로서로 부딪치면서 표출되는 ‚정의‘에 대한 이견이 기대된다.

 

배우 김의성 (장성철 분)

 

더욱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EP2에서 드러난 김의성 (장성철 분)의 최종 목적이다. 심판의 대상인 사회 악들을 그는 자신의 방법으로 ‚교화‘하려고 한다.  현재의 법집행에서 이루어지는 교정교화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악인들을 ‚교화‘한다. 교화의 목적이 선량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시켜 재범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데 있는 것처럼, 김의성의 교화도 똑같은 목적일까? ‚교화‘를 목적한다는 것은 ‚인간이 변할 수 있다 ‘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즉, 선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럼 이 드라마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일까?

교화과정에 들어간 연쇄살인범은 이 교화과정을 전적으로 거부하며 그곳에서 나갈 날을 위해 준비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나 의식 밑에 가라앉은 무의식을 통한 욕구 해결에서 빚어진 범죄를 이야기했던 ‚프로이트‘를 비춰주는 것일까? 이 문제는 김의성이 범죄자들에게 행하는 ‚교화‘가 진행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 백성미(낙원신용정보 대모 지지연 분)

 

드라마 관전 포인트

드라마 제작사가 밝힌 기획의도와 EP2까지 진행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면, 악의 징벌은 단순하고 통쾌하게 서술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그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등장인물들의 과거나 갈등을 통한 ‚정의‘에 대한 규정, 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 등이 포스트 모던한 시대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을 더욱 드라마에 몰입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1. 등장인물들이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만 했던 과거사들
  2. 국가 정의의 수호자이자 집행자인 서울 북부검찰청 검사 이솜 (강하나 역)과 음지에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제훈 (김도기 역)이 만들어갈 ‚정의‘에 대한 해석
  3.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모범택시‘라는 드라마의 틀 안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규정해 나갈 것인가.
  4. 인간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흉악범들은 교화가 가능한 것인가.

이 웹툰 원작 드라마 모범택시는 이미 어느 정도의 시청자 층을 가지고 출발한 웹툰 원작 드라마답게 전국 평균 9.7%의 시청률로 시작하여 EP2는 10.4%로 상승곡선을 탔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우리의 상상으로 나도 이러한 사회 절대 악을 징벌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상해 보며 내 나름대로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더 깊어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역사와 건강

 

 

 

이미지 출처: SBS 드라마 모범택시 공식 사이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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