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힙한 살인자 – 에메랄드 그린, 파리스 그린 Paris Green

한 번 보는 순간 오감을 긴장하게 하며 몽환 속으로 빨아들이는 마법의 색
넘지 말아야 할 선 너머에서 나를 가지라고 손짓하는 유혹의 색
바로 파리스 그린 – 파리의 녹색입니다.
18세기 - 혁명의 여운이 사라져 가는 시절, 사람들에게 합리적 현실주의나 틀에 박힌 관념이 아닌 틀 속에 감추어진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유럽인들의 눈을 매료한 색이 바로 파리의 녹색입니다.
녹색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으로, 구하기 쉬운 색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칙칙하고 흐릿하고 쉽게 변색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갈증을 해소한 사람이 바로 스웨덴의 화학자이며 약사인 칼 빌헬름 셀레 Carl Wilhelm Scheele입니다.

어? 갑자기 이 사람이 여기에서 왜 나오지?
맞습니다. 칼 빌헬름 셀레는 인류 최초 산소를 발견하였습니다. 물론 안타깝게 공식적으로 발표를 못해 인정은 못 받았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영국의 화학자 조셉 프리스틀리 Joseph Priestley가 발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셀레에게 열광했던 것은 그가 만들어낸 ‚셀레의 그린 – 파리스 그린‘ 색 때문입니다.
이 그린색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선명하면서도 광채가 나고, 몽환적이며 사람을 빨아들이는 신비한 색, 무엇보다 변색되지 않는 하늘이 내린 색이었습니다.

이 파리스 그린, 또는 에메랄드그린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삽시간에 유럽 전역에 퍼져갔습니다. 극장이나 연회장, 또는 살롱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이 신비스러운 색으로 벽을 칠하거나 벽지를 발랐습니다.
패셔니스타들은 서둘러 에메랄드그린 드레스나 남성용 조끼, 또는 넥타이들을 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사탕 등에 식용색소로 까지 사용하였습니다.
예술가의 손을 넘어 생활을 바꾸는 산업으로
이 에메랄드그린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나 폴 고갱 Paul Gauguin을 한눈에 매료시키기도 했습니다.

케르스팅 Georg Friedrich Kersting이라는 독일 화가는 작품을 보면 에메랄드그린의 매력은 더욱더 깊습니다.

이 신비로운 색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엔지니어 미티스의 이그나츠 Ignaz von Mitis는 1805년이 비소 화학 침전물을 이용하여 만든 녹색을 자신의 이름을 딴 ‚미티스 그린‘이라고 부르고 세계 최초로 공업용 안료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새롭게 성장한 벽지 산업과 연결되어 ‚마티스 그린 벽지‘를 생산하였습니다.

독극물에 대한 부작용이요?
물론 사람들은 고대 때부터 이 비소가 독극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자신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에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뭐 우리가 옷이나 벽지를 먹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보는 것 뿐이지...“
그 어느 누구도 그 당시에 이 독이 공기를 타고 몸속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 비소 침전물로 생산된 안료가 빗자루 곰팡이를 번식시켜 천식과 같은 기관지 질병이나 장기간 노출 시 비소 중독을 유발하며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이 독일에서 밝혀지면서 결국 1882년 독일에서는 이 안료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이렇게 전면 사용 금지가 된 후에도 예술가들에게 이 색은 금단의 열매 같은 색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폴케 Sigmar Polke와 같은 현대 미술가들도 이 색들의 유혹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심취하다가 중금속 중독으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더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2008년 이탈리아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사실인데, 나폴레옹의 사인이 위암이 아니라 이 ‚파리스 그린‘으로 프린트된 벽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서 다량의 비소가 검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이 파리스 그린 – 에메랄드그린은 죽음을 부르는 힙한 살인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 내용상 오류나 저작권에 관련한 문의, 그리고 기타 문의사항은 댓글이나 h_h-2021@kakao.com 로 연락 주세요.
· 저작권에 충돌되는 이미지나 내용 등은 위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