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에서 100일의 일기를 들여 다 볼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가 시작했습니다.
뻔한 시한부 인생인 여주인공과 모든 것을 다 가진, 아니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무능한 남주와의 진부한 연예 스토리가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테스형이 나올 법 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이나 출연진 모두 완벽한 구성으로 높은 몰입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시작 이였지만 일반 시청자로써 더욱더매력을 느낀 것은 바로 제목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어느 날》
인생의 모든 일들은 항상 갑자기 일어납니다.
계획해서 되는 것은 하나 없고 항상 갑자기 일어납니다. 게다가 나쁜 일들은 겹쳐서 일어납니다. 그게 바로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목 속 '어느 날'이라는 표현이 너무 절실히 인생을 느끼게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집 현관》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은 멀리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와 가장 가깝게 있는 가족, 우리 집,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과 관계에서 나의 희로애락이 발생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인생이기도 하고요.
바로 그 인생 속에서 벌어지는 나의 모든 일 – 그것을 함축 적으로 '우리 집 현관'이라는 보편적인 단어들로 표현된 단순함의 가치가 빛나는 것 같습니다.
《들어왔다》
인생의 아이러니는 항상 '나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나는 그저 항상 수동적으로 당하는 입장입니다. 마치 들어 오라는 말도 하지 않고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들어와 자기 집인 양 소파에 앉아서 케이크를 먹고 있는 멸망처럼 말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살아가면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거꾸로 죽어야 한다는 현실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이 무엇인가 깨달을 수 도 있습니다. 이는 마치 빛과 어둠의 경계를 묻는 질문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빛이고 어디서부터 어둠일까요?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 등장하는 멸망(서인국 분)의 출생 비밀이 바로 그 미묘한 구분을 되 집어 주는 듯합니다.
"빛의 마지막 자리, 어둠의 첫 번째 자리"
빛일 수도 있고 또 어둠일 수 있는 존재.
살아있지만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또 죽어가지만 다시 삶을 살고 있은 오늘 우리의 모습과도오버랩되는 그렇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그 경계를 모르고 그냥 하루를 존재합니다.

여기 그 하루 속에 경계를 인식하는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바로 탁동경(박보영 분)입니다.
그녀도 그 경계를 모르고 살아가다가 우연히 병원에서 MRI 촬영 후 '교모세포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3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박보영에게는 그 경계를 인식하는 순간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그 경계에서 태어났고 존재하는 '멸망'과 계약관계를 통해 인식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마 그 순간이 바로 박보영의 극 중 이름이 가진 그 간절함- 삶에 대한 동경이 일깨워지는 순간일 것입니다.

반대로 서인국에게도 이 박보영과의 관계 –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특혜(?)가 하나의 커다란 선물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항상 경계에 존재만 해야 하는 그의 인생 속에서 이제 박보영, 삶을 동경하는 박보영을 통해 무엇을 그리고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서인국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경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존재하고 있던 서인국
그리고 이제 새롭게 경계 안에서 들어와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려고 하는 박보영
이 둘이 보여주고자 하는 경계 속 삶에 대한 동경에 시청자도 공감을 넘어 시청자 자신의 삶 속 경계를 되돌아볼 인생의 또 한 번의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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