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금속 – 비소, 연금술사의 심벌이 되다
비소는 고대 근동 지역에서부터 금색을 띠는 신비한 물질로 고대 이집트, 중국, 그리스, 페르시아, 잉카 등 전 세계에서 아주 쉽게 사용했던 물질입니다. 고대인들이 심취했던 것은 비소가 가지는 화려한 황금색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집트에서는 얼굴이나 벽화, 장신구 등의 황금색을 칠할 때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색에 매료된 사람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알키미스트 연금술사들이었습니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는 엄청난 양의 비소를 녹여서 금을 만들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많은 연금술사들이 비소를 이용하여 금을 만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비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색은 붉은 색과 녹색입니다. 그중 비소로 만든 녹색을 파리의 녹색이라고 하는데, 사람을 빨아들이기도 하고 몽롱하게 만들기도 하는 매혹적인 색이어서, 근대에 이 색으로 된 벽지를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벽지를 바른 방은 습기와 만나 죽음의 독을 내뿜는 저승사자의 방으로 변했지만 말입니다.
현대 인류가 이러한 비소의 활용을 실재적으로 확인한 것은 1991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외츠탈 알프스에서 발견된 5300년 전 미라 ‚외치Ötzi ‘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어깨에 화살을 맞아 숨졌는데,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을 뿐 아니라 전신에 61가지의 문신을 그렸다고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그의 직업을 구리 세공인으로 추측하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의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다량의 비소 때문입니다.
독약의 끝판 왕 – 비소
고대부터 비소는 이렇게 화려한 장식이나 청동의 재료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소가 가지는 독성 때문에 비소를 제련하거나 만지는 사람들이 죽어갔고, 이를 관찰한 사람들은 비소의 독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비소는 정적을 암살하거나 왕이 내리는 독살형에 사용되었습니다. 사극을 보면 왕이 신하에게 사약을 먹게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 사약이 바로 ‚비소‘입니다.
1821년 프랑스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사망한 나폴레옹의 사인도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아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위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죽기 20여 년 전부터 배에 심한 통증이 있었고, 그때마다 책상에 기대거나 의자에 팔꿈치를 대고 조끼의 단추를 풀러 오른손을 넣어 아픈 곳을 문질러 통증을 완화시켰다는 비서의 기록도 사인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충격인 것은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서 정상의 13배에 이르는 비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암이나 궤양, 또는 천공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설에 정 반대되는 증거가 나온 것입니다. 게다가 그의 부하 중 하나는 자신의 아내와 나폴레옹이 외도를 하자 와인 통을 세척하는 비소를 와인에 타서 나폴레옹을 병자로 만들 계획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독제독(以毒制毒) ‚독으로써 독을 공격한다‘
고대부터 비소는 화려한 색으로만 인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치료제로도 다각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심각한 궤양에 비소를 뿌렸으며 고대 인도에서는 통증 완화나 피부병, 또는 악귀를 쫓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잉카제국에서는 비소를 살균 소독하거나 매독 환자에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전통이 중세를 넘어 근대에 이어졌고, 20세기 중반까지 비소를 이용하여 간질, 요통, 피부병, 매독 등 불치병과 같은 많은 병들을 치료하였습니다. 그중 ‚파울러 물약 Fowler’s solution‘ 은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간질, 요통, 탈모, 피부병, 매독, 고열이나 류머티즘, 림프종, 게다가 최음제로도 사용하였는데, 환자들은 이 약, 더 정확히는 비소에 대한 부작용으로 각종 피부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20세기부터는 독성을 제거한 비소화합물을 만들어서 매독뿐 아니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 여러 가지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소는 이 외에도 오늘날 매우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입니다.
- 가축 발병 저하 및 성장 촉진제
- 목재 보존제
- 살충제
- 전자 산업분야: 합금 및 반도체 소자의 재료로 적색 LED 원료
- 칼륨과 화합물인 칼륨 비소(GaAs)는 반도체 성질: 태양전지나 발광소자, 슈퍼컴퓨터 등에 이용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김동환, 배석: „금속의 세계사: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다산북스, 2015.
조엘 레비 저, „POISON 독의 세계사“, 세경 북스, 2012.
en.wikipedia.org/wiki/%C3%96tzi
대한산업보건협회, „비소, 독의 왕“,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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