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가 낳은 병 – 각기병 Beri Beri, 비타민의 베일을 벗다.
각기병은 제국주의가 팽창되던 시절, 쌀이 주식이었던 아시아 등지에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심각한 병 중의 하나였습니다.
첫 번 째 보고는 네덜란드 식민지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자카르타)였습니다.
1602년 인도 및 동남아시아 지역 경제 진출을 위해 네덜란드 국가가 세운 회사였던 동인도 회사는 식민 산업의 거점으로 자카르타를 산업화하였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수확한 벼를 절구에 찧어 겨만 벗긴 현미 상태로 밥을 지어먹었는데, 식민지 지배자들의 눈에는 미개하게 보였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보였던 것입니다.
1870년대에 동인도 회사는 쌀 도정 기계를 들여와 기계를 통해 도정한 부드러운 식감의 백미를 원주민들에게 판매하였습니다. 흰쌀밥을 맛본 원주민들은 이 흰쌀밥 맛에 매료되어 흰쌀밥만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흰쌀밥을 먹은 원주민들이 무기력해지며 호흡장애를 호소하고, 다리가 마비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잇달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원주민들은 이 병을 베리베리 (Beri Beri)라고 불렀는데, „나는 할 수 없다 “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처음 본 네덜란드 의사들은 본국에 요청하여 역학조사를 했는데, 1차 결과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본 당시 군의관 크리스티안 에이크만 Christiaan Eijkman은 역학조사가 끝난 후 혼자 남아 다시 병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에이크만의 시선을 돌린 것은 그의 보좌관 게리트 그리인스 Gerrit Grijns였습니다. 그리인스는 비슷한 증상을 보였던 닭들 중 도정을 하지 않은 쌀이나 강낭콩 같은 것을 먹었던 닭들에게서 증상이 호전되었던 것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이에 에이크만은 당시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습니다. 한쪽 그룹은 지금까지 먹었던 도정한 쌀을 계속 주었고, 다른 한쪽은 네덜란드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원주민이 먹었던 형태의 쌀을 먹게 하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도정한 쌀을 먹었던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베리베리 병에 걸릴 확률이 300배 이상 높았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에이크만의 보고를 바탕으로 폴란드 생화학자 카지미르 풍크는 쌀의 쌀 겨에서 베르베르 병을 치료할 „어떤 물질“을 분리하여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풍크는 질소산 화합물인 티아민 Thiamin (비타민 B1)을 분리해 냈습니다. 그리고 이것 물질을 비타민 Vitamin (라틴어 Vita 생명 + amine를 가진 질소 함유 유기물), ‚질소 함유 유기물인 아민을 함유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각기병 퇴치로 러일 전쟁의 승기를 잡은 일본
각기병으로 인한 문제는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군 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던 19세기 말 일본 농촌은 찌들 대로 찌들었던 가난 그 자체였습니다. 농부들의 주식은 보리밥이나 잡곡밥이었고, 쌀밥은 구경조차 못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이렇게 농촌 사람들은 ‚쌀밥‘에 한이 서릴 정도였는데, 이를 해결해 주었던 곳이 바로 ‚군대‘였습니다.
청일전쟁 당시 군인들의 식사 규정에는 일일 백미가 900g으로 하루 평균 170g 정도 먹는 현대인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양을 군대에서 먹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지급했던 쌀이 모두 도정을 한 흰쌀밥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 때 일본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청나라도 아니고 러시아도 아닌 ‚각기병‘이었던 것입니다.
이 각기병을 해결하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숨은 공신은 바로 ‚카레라이스‘였습니다.
각기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에게 고기반찬을 먹이던지, 아니면 잡곡을 섞어서 먹으면 간단한 문제였지만 이에 대해 병사들이 크게 반발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7세기 - 20세기 초까지 육식을 금했던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산 때문에 매일 고기를 지급할 수도 없었던 실정이었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일본은 바로 영국 해군에서 찾았습니다. 당시 영국과 일본은 동맹관계였는데, 영국 해군이 함정에서 먹는 인도 산 카레 수프에 주목하였습니다. 당시 영국 해군은 쇠고기 수프 대용으로 카레 수프를 개발했는데, 일본 해군은 이 카레 수프에 강황과 밀가루 전분, 야채와 고기 등을 추가로 첨가하여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비타민 B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
- 비타민 B1: 맥주 효모, 돼지고기, 콩류, 곡류의 배아 등.
- 비타민 B2: 간, 시금치, 버섯, 쇠고기, 닭고기, 생선, 유제품, 콩류, 계란, 녹색채소 등.
- 비타민 B3: 육류, 생선, 콩류, 종실류 등.
- 비타민 B5: 버섯, 간, 땅콩, 달걀, 효모, 우유 등.
- 비타민 B7: 간, 이스트, 난황, 콩, 곡류 등.
- 비타민 B9: 간, 이스트, 콩류, 채소류, 과일류 등.
- 비타민 B12: 간, 육류, 어패류, 생선, 알류, 우유 및 유제품 등.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윤 덕노(2016),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더난출판사.
존 캐리저(2004). 역사의 원전 (김 기협 옮김). 바다출판사.
www.korea.kr/news/healthView.do?newsId=148786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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